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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기획 혁신창업의 길] R&D 패러독스 극복하자 〈111〉 김형일 도터 대표
의대 열풍이 거센 한국 사회에서 보장된 의사의 길 대신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고시에 합격한 뒤 전문의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학원 의공학 연구실로 향한 김형일(45) 도터 대표의 발걸음이 유독 돋보이는 이유다. 그는 일본 도쿄대에서 의공학 박사과정을 하면서 ‘생분해성 스텐트’를 집중 연구했다. 심혈관이 막힐 때 쓰는 기존 금속 스텐트는 좁아진 혈관을 넓힌 뒤 체내에 남아 만성 염증과 혈전증 위험을 안긴다. 이 때문에 환자는 평생 항혈전제를 복용해야 한다. 김 대표가 창업한 도터는 혈관 상처가 아물면 6개월 뒤 스스로 녹아 사라지는 10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초박형 생분해성 스텐트와 혈관 속 병변을 분자 수준에서 정밀 진단하는 광단층·형광수명 융합 영상기기(FLIm-OCT)를 독자 개발했다. 2017년 글로벌 의료기기 거인 애보트가 혈전 부작용으로 스텐트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시장이 얼어붙었을 때도, 도터는 애보트를 넘어서는 기술 개발로 돌파구를 열었다. 도터의 생분해성 스텐트는 서울 주요 대형병원 6곳에서 5년간의 대규모 확증 임상을 마치고 연말쯤 식약처 최종 품목허가를 앞두고 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6월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포럼에서 ‘KAIST 총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에이스가산포휴에 있는 도터 사옥에서 김형일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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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의 길 접고 과감하게 창업
6개월이면 녹는 생분해 스텐트
금속 스텐트 만성염증 등 없애
“심혈관 정밀치료 시대 열 것”
」
중견 강소기업 창업자 아들
Q : 안정적인 의사의 길을 걸을 수 있는데 왜 창업을 했나.
A : “의사는 한 번에 한 명의 환자를 치료하지만, 창업은 수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지 않나. 원래 공학도를 꿈꿨는데, IMF 외환위기 직전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며 부모님의 권유로 의대에 진학했다. 본과 시절 닷컴 버블을 보며 창업을 결심해 중퇴까지 고민했지만, 부모님의 설득으로 의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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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졸업 후 의공학 박사과정으로 일본 유학을 떠난 것도 창업 아이템을 제대로 구체화하기 위한 거였다.”
김형일 대표는 자동차 사이드미러용 히터와 열 전도성 필름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견 강소기업 썬텍의 창업자 김경태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고향인 충남 연기군(현 세종시) 시골집에서 직접 카본 페이스트를 배합해 맨손으로 세계 1위 기업을 일군 부친은 그의 가장 든든한 멘토이자 롤모델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가업 승계나 기존 사업의 확장 대신, 의학과 공학을 융합한 자신만의 독자적인 바이오 스타트업 창업을 선택했다.
기존 스텐트 문제.이 사업 아이템
Q : 생분해성 스텐트 기술은 어디서 왔나.
A : “도쿄대 박사과정 시절 시작됐다. 당시 금속 스텐트의 후기 혈전증 문제가 의학계 화두였는데, 나는 공학 연구자들과 달리 의학 논문을 읽으면서 ‘완전히 녹는 스텐트’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지도교수인 이시하라 카즈히코((石原 一彦) 교수 연구실의 세포막 모사 생체적합성 소재에 생분해성 소재를 융합하는 연구를 제안해 박사 논문을 썼고, 관련 특허를 직접 출원했다. 이후 귀국해 썬텍 연구소장으로 개발을 이어오다 도터로 기술을 이전해 자산화했다.”
Q : 일본, 특히 도쿄대 R&D 기반 창업 분위기는.
A : “내가 공부하던 당시에는 교수와 연구자에게 창업가의 역할까지 기대하는 분위기가 지금보다 훨씬 약했다. 굳이 말하자면 기술사업화에 대한 인식이 막 싹트는 때였다. 하지만 이후 일본 대학가에서도 기술이전과 산학협력, 교내 벤처 설립 등을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빠르게 변화했다. 이제는 연구자가 논문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기술의 사업화와 시장 진출까지 고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Q : 생분해성 스텐트의 경쟁력은?
A : “금속 스텐트는 좁아진 혈관을 넓힌 뒤 영구히 남아 혈관의 자연스러운 수축과 이완을 방해하고, 평생 항혈전제를 복용해야 하는 부담과 후기 혈전증의 위험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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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트가 혈관을 지탱해야 하는 기간은 혈관 상처가 아무는 6개월이면 충분하다. 생분해성 스텐트는 제 역할을 다한 뒤 체내에서 완전히 분해돼 사라지기 때문에, 혈관을 정상 상태로 회복시키고 장기적인 약물 복용에 따른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없앨 수 있다.”
Q : 국내외 경쟁기업 없나.
A : “국내에는 생분해성 스텐트를 독자 개발하는 경쟁 기업이 전무하다. 해외에서는 미국 애보트와 독일 바이오트로닉이 대표적이다. 애보트는 100㎛ 두께 제품으로 심혈관용 임상을 시작했고 다리 혈관용은 미국 FDA 허가를 받았다. 바이오트로닉은 마그네슘 합금 스텐트로 유럽 허가를 취득했다. 하지만 도터는 메인 시장인 심혈관 분야에서 임상 결과를 먼저 확보해 애보트보다 5년가량 앞서 있으며, 스트럿(와이어 구조) 두께 역시 100㎛로 독일 제품(120㎛)보다 얇아 혈류 정체와 혈전 위험을 크게 낮췄다. 또한 스텐트가 혈관 벽에 잘 안착했는지 확인하는 광단층 영상(OCT)에 형광수명(FLIM) 측정 기술을 융합했다.”
Q : 그간 어려움은 없었나
A : “2017년 미국 애보트가 150㎛ 두께 제품의 혈전증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관련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시장이 얼어붙었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거인도 실패한 걸 어떻게 성공하겠느냐’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그 와중에 우리는 150㎛와 120㎛로 개발했던 3년 치 데이터를 과감히 버리고 두께를 100㎛로 낮추는 결단을 내렸다. 2017~2018년 사이 극심했던 투자 절벽을 버텨내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Q : 생분해성 스텐트 임상은 어느 단계인가.
A : “심혈관용 생분해성 스텐트는 국내 주요 대학병원 9곳에서 대규모 확증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재 식약처에 품목허가 서류를 제출했으며, 요청받은 벤치 테스트 보완 작업을 마무리해 최종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다리 혈관용은 탐색 임상을 마치고 내년에 확증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는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독일 마그네슘 합금 스텐트와 비교하는 유럽 임상시험도 개시할 예정이다.”
공학에 의학지식 더해 경영
Q : 의사 자격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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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의료기기는 결국 임상 현장의 의료진이 환자에게 직접 사용하는 제품이다. 의사로서의 경험과 의학 지식이 있어서 사용자 관。에서 기기 구조와 편의성을 깊이 있게 설계할 수 있고, 대학병원 임상의들과 소통할 때도 요구사항과 임상적 미충족 수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공학과 의학 논문을 동시에 해석할 수 있어, 기술적 한계를 환자 치료 관.에서 돌파구를 찾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
Q : 앞으로 계획은
A : “2028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심혈관용 생분해성 스텐트의 국내 식약처 품목허가를 취득한 직후, 생산시설 확충과 글로벌 임상 가속화를 위해 약 150억 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부터 국내 본격 시판과 유럽 임상을 통해 매출과 기술력을 입증하고, 탄탄한 실적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기업가치를 극대화한 뒤 성공적으로 상장하겠다. 궁극적으로는 암처럼 심혈관 질환도 건강검진에서 선제적으로 스크리닝하고 정밀 진단·치료하는 시대를 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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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리퍼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교수 겸 혈관의학 과장
“도터의 생분해성 스텐트는 혈관을 지지한 후 몸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져 기존 금속 스텐트의 한계를 줄일 수 있다. 스텐트를 이용해 동맥경화 치료물질을 병변 부위에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도 흥미롭다. 도터의 기술은 스텐트 시술과 동맥경화 치료를 결합하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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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민 뮤렉스파트너스 대표
“김형일 대표는 바이오엔지니어링 박사이자 의사 출신으로, 심혈관 중재 시술 분야의 원천기술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전문가이다. 그간 의사만이 볼 수 있는 안목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준의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다. 국내외 심혈관 치료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적 결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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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창업의 길’에서 소개하는 스타트업은 ‘혁신창업 대한민국(SNK) 포럼’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정합니다. SNK포럼은 중앙일보ㆍ서울대ㆍKAIST를 중심으로, 혁신 딥테크(deep-tech) 창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단체입니다. 대한민국이 ‘R&D 패러독스’를 극복하고, 퍼스트 무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기반한 기술사업화(창업 또는 기술 이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보ㆍ서울대ㆍK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