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제공
국내 최대 노동복지 전문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최근 '일'을 냈다. 올 상반기 재정경제부의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우수(A) 등급'을 받은 것이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중 유일한 A다. 산업재해 보상부터 퇴직연금 운영까지. 노동자의 일상과 가장 밀착된 사업을 다루는 터라, 민원이 잦고 강도도 세다. 그래서 이번 성과가 유독 뜻깊다.
공단을 이끄는 박종길 이사장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취임 첫해였던 2023년(C등급)과 2024년(B등급)에 이어 3년 연속 등급 상승을 이뤄냈다"며 "1만 명 임직원들의 헌신이 만든 결과"라고 말했다.
우수 성과의 비결을 묻자 "인공지능(AI) 덕을 봤다"는 답이 돌아왔다. 산재 신청부터 치료, 장해 판정, 사회 복귀까지. 산재 보상 전 과정에 AI 자동화 시스템을 접목했다고 한다. 산재 보상 처리 기간은 단축됐고, 정확성은 높아졌다. 똑같은 유형의 산재 신청에 대해 일일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길고 복잡한 심사를 진행해 온 공단 직원들도 편해졌지만, 신속·공정한 산재 보상은 결국 노동자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는 게 박 이사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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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혁신은 정부 국정과제였던 '업무상 질병 처리기간 단축'을 뒷받침했다. 산재보험 보호 범위가 확대되면서 업무상 질병 신청도 급격한 증가 추세다. 업무상 재해에서 질병 비중은 2020년 15%에서 올 상반기 33.3%까지 늘었다.
공단은 지난해 '업무상 질병 개선 추진단'을 구성해 처리 기간 단축에 나섰다. 전체 업무상 질병의 64%를 차지하는 근골격계 질병을 중심으로 전국 64개 지사에서 전담팀을 운영하는 한편, 다빈도 직종(50개) 재해 조사 표준화, 특별 진찰 절차 간소화 등을 추진했다.
결과는 숫자로 드러났다. 근골격계 질병 평균 처리 기간만 해도 올 6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65일 단축(142.1일)됐고, 처리 건수는 77.4% 증가했다. 박 이사장은 "전체 업무상 질병 평균 처리 기간(221.4일)을 올해 말까지 160일로 줄이는 게 목표"라면서 "향후 직업성 암의 역학 조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효율화를 확대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의학적 인과관계만이 아니라 산재보험의 사회보장적 성격과 개별 노동자의 업무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규범적 판단기준이 제도에 명확히 반영될 수 있도록 산재 인정기준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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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유족 10억 기부 기억 남아"
2023년 5월부터 근로복지공단을 이끈 박 이사장은 3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이다. 현재 후임 이사장 임명 절차가 진행 중이다.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투병하다 2017년 사망한 노동자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에서 12년간 치료를 받은 그의 유족은 지난해 공단 측에 10억 원을 기부했다. 유족은 "산재 환자들에게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국민연금의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 참여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여러 기업의 퇴직연금을 통합하고, 전문 운영기관이 자금을 굴리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운용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도 적잖다. 근로복지공단도 현재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 '푸른씨앗'을 운영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퇴직연금은 운용 성과가 가입자의 노후 자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며 보완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향후 공단 과제로 '노동복지' 기능 강화를 꼽았다. 전형적인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근로자 중심이 아닌 "프리랜서를 포함한 수많은 노무제공자를 포괄해 보호하는 노동복지 정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재 신청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