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기까지 왔다.
1990년 국립목포대학교가 정부에 의과대학 신설을 처음 건의한 지 36년이다. 대통령 공약이 있었고 정부 차원의 타당성 검토가 있었으며, 전남 국립의대 신설이라는 국가적 약속도 이어졌다. 목포와 서남권 주민들은 그 약속을 믿고 한 세대가 넘는 시간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 오랜 기다림 끝에 어렵게 추진됐던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 논의가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입지 등을 둘러싼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양 대학의 통합은 어느 대학의 승패를 가리는 협상이 아니었다. 전남에 국립의대를 반드시 유치하고, 동·서부권 모두가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누리기 위한 도민과의 약속이었다. 그 약속이 대학과 지역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지 못한 채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그렇다고 여기서 모든 것을 끝낼 수는 없다.
대학 통합이 결렬됐다고 해서 36년간 쌓여온 서남권 주민의 생명권까지 함께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목포와 신안·무안·영암·해남·진도·완도 등 서남권 주민들에게 대학병원은 지역의 체면이나 개발사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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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광주와 수도권으로 향해야 했고, 섬 주민들은 배와 구급차, 헬기를 오가며 골든타임을 견뎌야 했다. 암과 심뇌혈관질환 같은 중증질환 앞에서 원정진료는 오랫동안 일상이었다.
실제 서남권은 치료가능사망률, 중증환자 사망률, 상급종합병원 접근성 등 주요 의료지표에서 동부권보다 열악한 현실에 놓여 있다. 총동문회 역시 이러한 의료격차를 근거로 국립의대와 대학병원 설립을 단순한 지역숙원이 아닌 국가가 보장해야 할 생명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부권에도 당연히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 여수·순천·광양의 산업 규모와 인구, 산업재해와 필수의료 수요 역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의료시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이 인구와 GRDP, 세수만이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가장 낙후되고 의료가 부족한 지역은 영원히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공공의료의 기준은 어디가 더 큰가가 아니라, 어디가 더 아프고 어디의 생명이 더 위태로운가여야 한다.
통합특별시도 이미 서부권에 의과대학과 의대병원, 연구기관을 연계한 메디컬타운을 구축하고 지역 내에서 치료가 완결되는 의료체계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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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그 약속을 실행해야 한다.
저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원으로서 다시 한번 양 대학에 요청한다.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통합을 위한 대화와 결단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국립대학의 존재 이유는 대학의 이해보다 국민과 지역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강력히 촉구한다.
더 이상 '대학 간 자율합의'라는 이름 뒤에 책임을 미루지 말라. 통합 협상의 실패를 이유로 전남 국립의대 자체를 무산시켜서도 안 된다. 목포지역 공동입장문에서 요구했듯, 이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가장 오래 방치된 의료취약지역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연구기관을 갖춘 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목포대·순천대 통합 합의 결렬에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 그러나 국립목포대학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설립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36년을 기다렸다.
이번마저 놓친다면 무너지는 것은 의과대학 하나가 아니다.
국가를 믿고 기다려 온 서남권 주민들의 마지막 믿음이며, 제때 치료받을 권리이고, 살 수 있었던 생명을 살릴 마지막 기회다.
이제는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
36년이면 충분하다. 국립목포대학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설립을 즉각 추진하라.
임